할아버지 안녕하시죠?

2019. 6. 8. 13:05텐프로문의 010 4806 8973

어렸을때 우리집은 방한개 그리고 부엌 이렇게 있는 집에 살았다. 작은단지 안에 4,5 가정들이 살았는데 그 단지 주인 아저씨 이름이 만수 할아버지다. 집이 굉장히 좁은데다 촌구석 이어서 사방이 산이었고 밭이 있는 그런 마을이다. 그 앞에 정자가 하나 있는데 그 곳에서 할아버지는 늘 술을 마시고 계셨다.할아버지는 알콜중독자였고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었다. 어린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늘 술을 마시고 계셨기 때문에 그 단지 안에 살았던 내 또래 친구들은..

 

항상 할아버지가 걸어다니는 동선을 피했고 늘 우리와 마주치면 쌍욕을 했다. 아이들을 때리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그러진 않으셨는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아이들만 보면 욕을 하셨다. 그냥 시끄럽게 놀고 떠드는게 싫었던 모양이다.사실 그 단지에 우리가 오래 살았던 이유중에 하나가 월세가 늘 밀렸는데도 불구하고 아저씨는 돈을 내라고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 3개월 정도 밀리게되면 쓱 나타나서 한마디 하고 가셨는데 그것도 어찌보면 할아버지가..

 

우리를 많이 배려해주신 거 같았다. 그 당시에는 어려서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할아버지가 욕은 잘해도 굉장히 따뜻한 사람 이셨던거 같다.눈이오나 비가오나 또는 날이 아무리 좋아도 어디 가지도 않으시고 늘 그 정자에서 술을 마셨던 할아버지는 내가 고등학교를 들어갈때 즈음에 돌아가셨다. 그때 마을에서 장례식을 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였는데 자식들도 찾아오지 않고 쓸쓸하게 돌아가셔서 동내 어르신들께서 맡아서 해주셨다고 들었다.

 

할아버지는 대체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늘 같은자리에 앉아 술을 드셨을까? 그리고 자식들은 왜 부모가 돌아가셨는데도 나타나지 않았을까? 사실 이런 사례는 현재에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경우라고 들었다.대체 왜 이런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대부분 친구를 만나서 연대를 하기도 하고 직장에 나가서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일을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친구랑 사이가 틀어지고 서로 의견이 맞지 않고 만날때마다 트러블이 생긴다면 그냥 안보고 산다.

 

인연을 끊어버린다. 그리고 회사를 나가서도 상사의 부당한 행동이나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보게 되면 이직을 하거나 회사를 그만둔다. 그냥 보기 싫으면 관계를 끊어버리면 된다.아는 사람은 알 겠지만 부모와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경우는 법적으로도 없다. 그리고 끊고 산다고 해도 왠지 자식들이 나쁜놈이 된 것같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도 상당히 꺼림칙한 부분도 많이 있다. 도대체 어떤 연유로 그렇게 연을 끊고 살아가는건지 일반적인 사람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관심도 없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니까 말이다.양쪽의 말을 반드시 들어봐야 알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어느정도 들어서 생각해보니 아이들만 보고 화를 내셨던 만수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싫어한게 아니라 아이들을 보지 못하는 마음에 일부러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하신게 아닐까 싶다.처음에는 할아버지를 두고 한번도 찾아오지도 않았던 그 가족들이 이상하게 생각이 들었지만...

 

그 할아버지의 자식들이 왜 찾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궁굼해졌다. 당연히 무슨 사연이 있으니까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싶다.만수 할아버지의 사례나 지금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자주 언급되고 있는 이런 부모와 자식의 관계들이 이제는 천륜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관계로 조금씩 전략하고 있다는 게 무섭고 쓸쓸한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해결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라나는 과정에 있어서 부모의 역할이 좀 더 강해져야 하고 더욱더 책임감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